“부활의 믿음으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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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1,108회 작성일 21-04-11 02:04본문
2007년 3월 4일은 주일이었습니다. 당시 신문사 기자로 있던 저는 다시 목회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교회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멘토가 되시는 선배 목사님의 소개로 신촌에 위치한 창천교회 청년부 목사로 부임하기 위해 청년예배 설교를 한 후 인사위원회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던 참이었습니다. 지하철로 이동하기 위해 신촌 거리를 걷던 중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준협아, 네 엄마가 돌아가셨다.... 병원에 먼저 가 있을 수 있겠니?”
울음을 참지 못하고 말씀하시던 아버지와 전화를 마치고, 어떤 정신으로 갔는지도 모를 병원 중환자실에는 어머니가 깨끗한 천을 쓰고 누워 계셨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지실 때까지 어려운 형편을 이겨내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해 오시던 어머니가, 언제나 막내를 제일 사랑한다고 말씀해 오시던 어머니가, 질풍노도 사춘기 아들의 분노와 원망을 다 받아주시던 어머니가, 학생운동을 하며 고소당하고 고발당해 도망 다닐 때도 찾아가 비빌 언덕 있어 안심케 만드신 어머니가, 처음 목회 나간 현장에 찾아오셔서 아이들 두 명 앉혀 놓고 예배를 인도하던 아들 모습에 펑펑 울며 예배드리시던 어머니가, 결혼하고 태어난 두 아이가 모두 아토피로 고생하던 모습 보며 당신 피부가 차라리 아픈 것이 좋겠다고 안타까워하시던 어머니가... 그 어머니가 이제는 내 옆에 안 계신 상황을 저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천국의 소망을 품고 살아야 한다고, 성도들에게 그렇게 믿음으로 살아가자고 설교하던 저였지만, 어머니의 장례식 일정 내내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멈춰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를 화장하고 나무 밑에 뼛가루를 묻는 수목장으로 장례 일정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가족들만의 의식을 가졌습니다. 아들과 사위가 목사라 떼제 성가를 함께 고요히 부를 때, 저는 마음 속에 진짜 ‘부활의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 천국에 먼저 올라 가셔서 당신 가족들을 위해 주님 옆에서 중보하고 계실 우리 어머니를 다시 만나야 해서... 그 때 제게 부활의 소망은 그렇게 추상적인 믿음이 아니라 다가올 현실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애틀란타 스파 총기 사망자를 추모하는 기도회의 자리에서 아시안 여성센타의 소장님과 담소를 나눴습니다. 돌아가신 목사님의 사모님이셨고, 젊어서 신학교에서 목회상담을 가르치던 선생님이기도 하셨던 그 분을 저는 처음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사모님께서 저를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고춘자 목사가 맨날 나한테 그랬어. 우리 젊은 목사 열심히 목회 하는데 나라도 잘 챙겨주어야지!” 돌아가시기 두 달 전부터 판데믹 상황에서도 그렇게 밥을 싸 와 함께 나눠 주시던, 온라인 예배 촬영을 위한 자리에 함께 나와 함께 예배드리던 소수의 성도들까지 불러 밥을 먹이시던 고 목사님의 손길이 그립습니다. 얼마 전 교회에 잠시 찾아오셨던 미국 남편의 쓸쓸한 뒷모습까지 함께 기억하면서, 그래도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는 부활의 소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교회가 이 땅의 소망일 수 있는 이유도 우리가 부활의 믿음을 품고 사는 공동체이기 때문임을 알게 됩니다.
지난 주 부활주일이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평소 예배현장에 오지 못하시던 성도들이 대거 찾아오셨기 때문입니다. 예배를 시작하며 앞에 앉아 찬양을 할 때, 말 할 수 없는 감동이 마음속에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교인 한 명 한 명이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하고 안심해서 오신 분들도 계셨고, 또 주차장 예배라 착각하셨다가 예배의 현장으로 찾아오신 분들도 계셨지만, 오랜만에 함께 만난 얼굴들이 그렇게 감사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팬데믹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지아의 백신 접종자가 전 인구의 30%를 넘겨 안심하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아직까지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았고 오히려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이, 우리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 때도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신다는 사실도 신앙의 경험 가운데 알고 있습니다.
부활의 봄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찬란한 여름도 찾아올 것입니다. 아직까지 고난한 삶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부활하신 주님과 동행하기 때문입니다. 천국의 소망이 음침한 골짜기의 그늘을 걷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고 고백이고 소망입니다. 그 믿음이 우리의 현실이 될 줄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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