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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그리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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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1,134회 작성일 21-05-16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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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에서 도(道)를 닦고 있는 ‘박해조 선생’이란 분이 있습니다. 대학원 다닐 때 인연이 되어 이분께 ‘마음 다스리는 공부’를 배운 경험이 있는데, 얼마 전 페친(페이스북 친구)으로 다시 만난 이 분의 글을 읽던 중 “인생이란 스승이다”란 제목의 짧은 글이 올라와서 읽었습니다.


이 분의 주장에 따르면 스승의 어원은 숫움-수숨-스승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숫움’이란 말은 ‘나무가 움트다’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나무의 성장이 늘 한결같듯이 스승은 희-로-애-락이 한결 같아 나무 같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또 ‘스스로’란 말도 스승이란 표현과 유사한데 “아이들에게 자기 일을 못 한다고 혼내는 것은 아직 스승이 되지 못했다고 혼내는 것”이라면서 “나도 아직 스승이 못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박해조 선생은 말미에 “오늘, 스승이 있는 분이 부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셋이 걸어가면 그 중의 하나는 스승”이라고 공자가 말했다고 하던가요? 인생을 살아오며 돌아보면 우리 아버지께는 아버지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수많은 친구들로부터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또 목회현장에서 만난 목사님들과 평신도 리더들에게서 목회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 중 저의 학문적 스승은 감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지도교수셨던 이경제 교수님이십니다. 예전 변선환 학장이 일제 강점기의 천재 신학자였던 정경옥에 이어 감신 역사의 2대 천재라 부르던 분입니다. 미국 유학 와 듀크에서 공부 하시고 사업을 하시면서도 책을 손에 놓지 않으시다가, 늦깎이 나이에 뉴욕 주립대에 박사과정에 입학하신 후 코스웍이 끝나기도 전인 2년 반 만에 학위논문을 제출하셔서 학교에서도 전무후무한 박사학위 취득자가 되신 분이시죠. 감신의 교수로 오셨을 때, 한참 학생회 활동을 하며 총장님 이하 보직 교수들과 갈등 중에 있었던 저는 경직되지 않은 사상가의 자유로움을 보며 교수님의 인간적 모습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동서양과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너무나 넓고 깊은 스텍트럼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래서 제가 선배들과 만든 문화신학회의 지도교수를 부탁 드렸고, 대학원에 입학한 후에는 교수님을 직접 찾아가 조교를 시켜달라고 조르기도 했습니다. 부심은 보셔도 주심은 맡으시지 않으셨던 대학원 논문도 직접 주심 교수를 맡아 지도해 주셨습니다. 공부하며 아이를 낳았을 때는 미국에 계신 사모님을 통해 아기 용품도 공수해 주실 정도로 마음을 써 주시고, 목회현장에서 물난리가 날 때는 교수회의 석상에서 “이준협 목사를 교수들이 돕자”고 나서기도 하셨습니다. 조교를 하며 티칭을 경험해 보라고 맡겨주셨던 학부의 철학사 수업을 준비하던 경험이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수님을 통해 쓴 조직신학 전공의 논문 『시학적 신학의 가능성 연구를 위한 시론 : 노스럽 프라이의 문예비평 이론을 중심으로』는 해당 연도 대학원 최고 점수를 받고 전국신학대학원협의회 최우수 논문 후보로 제출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목회하며 자유로운 사고에 기대어 문학적 방식으로 성경을 읽는 관점은 교수님께 배운 내용입니다.


미국에 와서 목회하면서는 아틀란타한인교회의 전 담임이셨던 김정호 목사님께 이민 목회의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목사님께 배운 첫 번째 내용은 “진보적인 교회도 부흥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시대와 소통하고 약자를 감싸 안으려는 목사님의 목회에서 웨슬리가 강조한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죠. 두 번째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목회자의 태도를 배웠습니다. 지금도 김 목사님은 사회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계십니다. 심지어 젊은 목사들에서도 배울 점을 찾고 계시죠. 또 얼마 전부터는 팬데믹 하에 방황 중인 젊은 목사들과 함께 온라인 줌미팅을 통해 한 달에 1~2회씩 공부하는 모임을 인도하고 계십니다. 지난 시간 공부한 팀 켈러 목사의 『센타 처치』를 통해서도 도시 목회의 철학과 방법론을 고민하는데 중요한 관점을 얻게 되었습니다. 


전부터 “나이든 사람들은 많은데 어른이 없다”거나 “교사는 있어도 스승이 없다”는 표현을 종종 듣곤 합니다. 이런 말들이 저에게는 또 “먹사는 많은데 목사가 부족하구나!”라는 탄식의 소리로 들릴 때가 있습니다. 이런 부끄러움을 안고 살던 저에게 청년 목회하던 시절 담임목사님이셨던 서호석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목사는 자기 제자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 제자 만드는 사람이야!” 그래서 ‘내 사람’ 만드는 목회가 아니라, 먼저 제자된 사람으로 함께 제자의 길을 갈 ‘예수 제자’ 만드는 것이 제 목회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스승이 그리운 때, 예수님을 영원한 스승 삼아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승을 찾은 이들에게 그 분의 길을 소개하는 작은 선생이 되고 싶은 꿈을 꿉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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