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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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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742회 작성일 21-12-1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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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는 집단적 기억을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한 기억입니다. 그리고 그 사건과 말씀의 기억을 모아 ‘성경’을 편집하였고, 이 성경 말씀은 또한 후대에 걸쳐 지난 2천 년 동안 기독교 신앙공동체에게 공통의 경험과 기억을 선사했습니다.


초대교회가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해 갖고 있던 기억은 유월절 경인 3월 25일에 임신이 예고된 것입니다. 여기서 만 9개월의 잉태기간을 더함으로써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정하게 된 것이지요. 이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그들의 기억(하지만 정확히 말씀으로 전해진 기억)에 의해 추정한 역사적 판단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기억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왜냐하면 12월 25일은 기독교가 국교화 되기 전에 로마 제국의 국교처럼 받아들여졌던 태양신 ‘솔인빅투스(Sol Invictus)’의 탄생축일로 지켜져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태양신의 탄생축일을 지켜오던 로마 사람들이 콘스탄티누스 1세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이후 태양신을 대체한 자리에 그리스도를 올려놓기 위해 12월 25일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정한 것이라 여겨왔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교회학자인 토마스 탤리는 〈교회력의 기원〉이란 저서에서 초대교회가 이미 3세기경에 12월 25일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기념했고, 이 절기와 날짜는 로마의 전통이 아니라 북아프리카의 교회들이 2세기경부터 받아들여져 왔다고 설명합니다. 탤리에 따르면, 로마의 태양신 탄생축일이 274년부터 시작되었는데, 기독교 공동체가 예수님의 탄생일을 12월 25일로 삼은 것은 그 보다 1세기경 앞서 있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성탄절이 “기독교화된 이교도들의 명절”이 아니라, “이교도들이 기독교의 명절을 차용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맞습니다.


이렇게 보면 제대로 된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목회하고 살아가며 신기한 경험을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어떤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기억이 모두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선배 목사님에 대한 제 목회수상을 읽고 저의 학생이자, 돌아가신 제 후임 목사님의 학생이었던, 지금은 훌쩍 커버려 청년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있던 친구가 “각자가 돌아가신 목사님을 추억하는 시간과 그 모습이 다양하다”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한 사람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억도 다르더군요. 심지어 부부간에도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과 추억도 다르고, 부모 자식도 기억이 다르더군요. 모두가 자기가 서 있는 입장의 차이, 관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듀크대학의 저명한 기독교 사회윤리학자인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기독교 공동체의 기억에 대해 “기억하다(remember)란 단어의 뜻은 말 그대로 ‘다시 모이는’(re-membered)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모여 신앙공동체가 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은 공동의 기억과 공동의 관점을 소유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탄생과 사역, 죽음과 부활을 함께 기억하고 믿고 소망하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함께 꿈꾸는 공동체”로 살아가는 “교회”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공동의 기억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우리에게 성령의 감동으로 주어진 말씀을 통해서, 그리고 각자의 생의 현장에서 얻은 경험 가운데 “그리스도는 우리의 구주가 되시고 삶의 주관자가 되신다”는 기억을 공유하며 고백하고 있습니다. 오늘(12/19)은 그분의 탄생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성탄주일예배’로 드립니다. 이 성탄의 계절에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는 그분께서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팬데믹의 시기에, 느끼기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의 소리도 줄어든 것 같습니다. 모두가 살기 어렵고 척박한 환경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2천 년 전 지금보다 어두운 역사의 때에 빛을 비추기 위해 찾아오신 그분에 대한 기억과 믿음이, 다시 오실 그분에 대한 믿음이 우리가 이 어두운 세상을 살아갈 힘과 용기가 될 줄 믿습니다. 여러분, 모두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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