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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호시우행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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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702회 작성일 22-01-0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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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임인년은 특별히 검은 호랑이의 해, 제가 좋아하는 동물인 호랑이의 용맹함을 떠올릴 수 있는 해이기도 합니다. 임인년을 흑호(黑虎)의 해라고 하는 이유는 육십갑자(六十甲子)에 따른 것인데요, 천간 10개와 12개를 순서대로 조합하면 60개의 간지가 나오는데, 천간은 하늘을 의미하고 지지는 땅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천간은 방위, 오행, 음양을 담고, 마지막 글자인 지지는 십이지신의 동물을 상징합니다. 그중에 흑색에 해당하는 천간 임(壬)과 호랑이를 상징하는 지지인 인(寅)이 만나서 ‘임인년’ 즉 ‘검은 호랑이’가 되는 것이라고 하지요.


육십갑자가 재미있는 것은 중국의 신화에서 온 상징이지만, 이것이 우리 역사에서 삼국시대 중 백제로 넘어와 연도를 표기하는 방법으로 처음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조선 시대 1444년 세종대왕이 우리 역사 최초의 역법인 칠정산을 편찬했고, 이때를 원년(갑자년)으로 삼아 역사적 사건 기록에 백제의 방식인 육십갑자를 활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료를 살펴보니, 60년마다 찾아오는 역대의 임인년에 언급할 만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1722년 조선 시대 노론과 소론이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의 왕세제 책봉 문제로 당파싸움을 벌이다가 ‘임인옥사’가 일어나게 돼 많은 사람이 죽게 되지요. 1842년에는 청나라와 영국이 아편전쟁을 벌이고, 청나라가 패하며 난징조약을 맺게 됩니다. 이로 인해 아시아에 대한 패권을 잃어버리고 일본이 패권을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요. 1962년 임인년에는 대한민국 공식 역법이 단기력에서 서기력으로 바뀌게 됩니다. 올해 임인년에는 어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게 될까요?


워낙 발달한 기술의 진보로 인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진영 싸움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년째 접어드는 코로나 팬데믹이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앞세우고 있는 때입니다. 검은 호랑이, 즉 임인년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일까? 아니면 그 호랑이 등에 올라 용맹하게 정진할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때 붙잡아야 할 태도가 바로 평소에 제가 좌우명처럼 품고 있는 호시우행(虎視牛行)입니다. 이 말은 원래 호시견 우보행 (虎示見 牛步行) 이라는 구절에서 유래하였으나 줄여서 호시우보행(虎視牛步行) 또는 호시우행(虎視牛行) 또는 우보호시(牛步虎視)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호랑이의 눈으로 보고 소의 걸음으로 걸으라!”라는 뜻이지요.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넋 놓고 손 놓고 쳐다보지 말고 본질을 꿰뚫는 호랑이의 눈으로 보고, 하지만 조급하게 쫓기지 말고 소처럼 우직하게 한 발 한 발을 내디디며 간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 태도는 서로가 합쳐질 때 진가를 드러내게 됩니다. 소처럼 걷지 않는 호랑이 눈은 공상(空想)에 지나지 않고, 호랑이 눈이 없는 소의 걸음은 무모(無謀)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신앙적으로 번역하면 “진리의 눈으로 냉철히 본다”는 고백과 “기도보다 앞서지 않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른다”는 고백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의 시선은 땅에 메여 있지 않고 하늘을 향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두 발은 현실을 향해 정확히 뿌리 내리고 있어야 합니다. 신앙의 비전과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 그리고 기도의 무릎으로 가는 태도가 흔들리는 세상에서 우리가 견디고 버티고 이길 힘이 될 줄 믿습니다.


지난 2000년 신학대학원에 입학할 때 논술시험의 주제가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는 긍정적인가? 부정적일 것인가? 자기 생각을 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기술의 진보로 인한 무한의 긍정으로, 또 어떤 이들은 컴퓨터 밀레니엄 버그를 준비해야 하는 부정적 긴장감에 휩싸여 있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는 “긍정의 가능성도, 부정의 가능성도 모두 존재하지만, 그 가능성을 해석하고 선택하는 인간 주체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2022년, 임인년의 해 앞에서 누군가는 부정적 두려움으로 압도되어 있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근거 없는 공상으로 준비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현실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구원을 위해 우리를 부르고 계신 주님의 섭리가 우리를 향하고 있을 줄 믿습니다. 지나가는 밤의 어두움을 등지고 밝아오는 여명의 햇살을 앞둔 검은 호랑이의 등에 올라 담대하게 용맹정진하는 ‘호시우행’의 임인년이 되길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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