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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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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236회 작성일 22-09-04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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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7월 27일 토요일, 제가 전방인 연천에서 군 복무 중이던 어느 날 새벽에 있었던 일입니다. 전 날부터 이틀 동안 700mm가 넘는 비가 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침수시켜 놓고 있었습니다. 이날 새벽에 상황실 초소 근무를 마치고 막 교대하려던 참에 후임병 하나가 급히 찾아 연대본부 지휘통제실로 따라가 보니, 간부와 병사들의 부산한 움직임 속에서 굳어있는 표정으로 저를 기다리시던 연대장님께서 계셨습니다. 홍수로 인해 비상이 걸려 간부들이 모두 소집되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연대장님께선 사병인 저에게 가장 중요한 지시를 마지막으로 내리셨습니다. 그 내용은 “이제 할 수 방법은 기도밖에 없다. 빨리 교회 신우들을 모아 이 자리에서 기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은 전 연대의 모든 병력이 완전군장에 만약을 위해 파기시킬 부대 비밀문건만을 지참한 채 탈출을 준비하고 있었고, 우리 연대 관할이었던 4대대(사단 신병교육대)는 갑자기 차탄천의 물이 불어 간부와 조교, 훈련병 400여명이 내무반 지붕 위에 올라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기가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단 한 순간에 400명의 목숨이 성난 물줄기 앞에 아무 대책 없이 놓여 있던 것이죠. 하지만, 비가 와서 헬기를 띄울 수도 없고, 도로 자체가 침수되어 차량을 보낼 수도 없었습니다. 보병부대이기에 보트 같은 구조 장비가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사단 전체에서 사망자 수가 계속 접수되고 있는 상황 중에서도 김안식 대령님은 연대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명령을 내리고서 마지막으로 연대군종이었던 저와 중대군종들과 함께 지휘통제실에서 모든 간부들이 쳐다보고 있는 와중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지휘관의 신앙덕분이었는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신병교육대 부대입구에 있던 건평120평으로 막 신축했던 조립식 교회가 급류에 갑자기 무너지며 물길을 막고 흩어놓아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수백 명의 병력이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먼저 물살을 갈라 헤엄쳐 건너려던 2명의 병사들이 사나운 물살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전군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우리 사단에서만 막사가 매몰되고 벙커와 철책이 무너지는 등의 사고로 30여 명의 꽃다운 젊은 병사들이 사망했는데, 저희 연대는 가장 많은 최악의 참사가 날 수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그 날을 떠올리면 다급하게 먼저 무릎을 꿇으시고 기도하시던 연대장님의 목소리가 기억납니다. “이제 할 일은 기도밖에 없다. 이제 할 일은 기도밖에 없다!”


홍수에 대한 무서운 기억은 2002년 8월 31일 동해안에 상륙한 태풍 ‘루사’에 대한 기억입니다. 저의 두 번째 목회지였던 강원도 양양의 상운수표교회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죠. 신학교 동기이고, 지금은 캐나다에서 목회하고 있는 윤경희 목사가 남편과 함께 휴가를 온 날이기도 합니다. 교회를 섬기시던 장로님을 모시고 윤 목사 가족과 함께 ‘어성전’이란 양양의 계곡을 찾아 허름하지만 유명한 막국수를 대접하고 내려오는 길에 비가 엄청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주일을 준비하는 토요일이라 분주한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던 중 어수선한 소리가 나 밖을 나가보며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낮부터 쏟아진 비로 인해 해변가의 마을까지 물이 쏟아져 들어와 마을 전체가 눈 깜짝 할 새 잠겨 버렸던 것이지요. 교회와 사택이 위치한 언덕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었고, 이미 언덕 아래의 교회 교육관과 봉고차는 침수되고 있어 손을 쓸 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교인들이 걱정돼 전화를 돌려도 먹통이었고, 교회와 50m 정도 떨어져 살고 계시던 권사님이 걱정되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헤엄쳐 가던 중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모든 교우들은 피난(?)을 무사히 가셨습니다. 


다음 날 주일 오전이었습니다. 성도들이 논과 밭의 복구는 아예 포기하고 침수된 가재도구를 정리하다가 예배시간이 되어 씻지도 못하고 진흙을 묻힌 옷으로 예배드리러 오기 시작했습니다.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를 하던 중, 지친 모습으로 예배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성도들의 모습을 보며 그만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 상륙한 태풍 중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던 ‘루사’에 대한 경험은 그분들에게 지금까지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국인 한국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역대급의 태풍 ‘힌남노’가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강남에 홍수가 난지 얼마나 됐다고 말이죠. 미국의 사막 데스밸리에 1000년 만에 가장 큰 홍수가 났고, 아시아와 유럽에 극심한 고온의 가뭄이 일어나는 등 그동안 경험하기 힘들었던 극한의 기상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인간의 문명이 나은 역사적 위기이며,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실존적 위기이고, 또한 창조세계를 보전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지 못한 우리들의 신앙적 위기이기도 합니다. 가족이 살고 있는 고국에 들어 닥친 태풍의 소식을 들으며 위기 앞에 돌이켜 회개하며 기도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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