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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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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361회 작성일 22-09-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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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인 ‘한가위’는 추석, 가배절, 중추절, 가위, 가윗날로도 불리어 왔습니다. 요즘은 보편적으로 추석이란 말을 가장 많이 쓰는 것 같지요. 이런 절기의 유래는 중국에서 왔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가을을 셋으로 나눠 음력 7월을 맹추(孟秋), 8월을 중추(仲秋), 9월을 계추(季秋)라고 불렀는데, 우리의 가을에 해당하는 8월 보름을 ‘중추’라 한 것에서 ‘중추절’이란 말이 왔다고 합니다. 또, 이것 말고 ‘추석’이라는 명칭은 5세기 경의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의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배인이 사용한 추석월의 뜻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뜻에서 유래했는데, ‘추석’이란 표현은 중국 사람들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명칭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한가위'는 순수한 우리말에서 유래했습니다.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가 합성해서 “음력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을 지칭한 것이지요. 이 시기가 고대부터 한반도의 추수의 절기에 해당했던 모양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삼국사기≫에 이에 대한 기록이 있더군요. “신라 유리왕 9년에 나라 안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음력 7월 열엿새 날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을 짜게 하였다. 그리곤 짠 베로 승부를 가름하고,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날 달 밝은 밤에 길쌈을 한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을 부르며, 춤을 추고 흥겹게 놀았다.” 이것을 그때 말로 ‘가배’라 하였는데 나중에 ‘가위’라는 우리말로 변했습니다. 한가위를 가위, 가윗날, 가배절, 가붓날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유래한 말이지요. 따라서 중국에서 유했지만 중국에서도 사용하지 않았던 ‘추석’이라는 불분명한 표현보다는, 신라 때부터 우리 선조들이 더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우리말 ‘한가위’를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자란 가정은 맏형과 누님, 그리고 막내인 제가 함께 자란 2남1녀 남매들의 가정입니다. 형님은 저보다 6년차 연배로 현재 대전에서 목회하시는 장로교회 목사님이시고, 매형은 형님의 고등학생 때 교회 친구로 역시 장로교회 목사님이시죠. 그러니까 3살 연상의 누님이 사모님이시라는 이야기죠. 그리고 감리교회의 목사가 된 제가 막내입니다. 가족 모두가 감리교회를 다니다가 하나씩 배신(?)을 때려 아버님은 침례교회 안수집사님이시고, 형님과 누님은 장로교회 목회자 가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만이 정통입니다!


형님이 결혼하신 이후 아버님을 모시고 살아오고 있어서 제가 한국에서 지낼 때는 명절 때마다 거의 형님 댁에서 가족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내들이 있는 친정에 방문하는 일정도 공평할 필요가 있어서(이 문제는 누님 가정도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아내들의 친정방문 기간과 분리해 명절 기간 중 하루를 정해 형님과 누님과 저희 집 3가정에서 돌아가면서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녀가 어느 정도 평등한 가사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기준을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음식을 만들고 준비하는 일들은 좀 더 전문적인 여성들이 감당하고, 그리고 나서 음식을 치우고 설거지 하는 일들은 남자들이 담당하기로 결정했지요. 그래서 그런지 음식 준비로 인한 명절 스트레스는 다른 가정들보다 덜 했던 것 같습니다.


평소 집안이 잘 뭉치는 아내의 가정에 명절을 보내러 가면 다양한 음식도 먹고, 산으로 들로 산책도 나가고, 가끔이지만 술도 드시고 화투도 치시면서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내시더라고요. 물론 목사인 저에게 술을 따라주지 않으셨지만 화투 치는 자리에는 끼워주셨습니다. 이에 반해 목사들만 있는 저희 가정의 명절은 언제나 식사 후 예배를 드리고, 담소를 나누거나 TV를 시청하는 건조한 시간을 가진 후 헤어지기 마련이었죠. “목사가 예배가 지루하냐?”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언제나 우리 가정은 모이면 예배만 드리고 헤어지는 것이 막내인 저의 불만이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하니 올 추석에는 가족모임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추석이 토요일인데 목회자 가정들이라 주말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건강하게 잘 살고 있고 조카들도 학교를 잘 다니고 있고 노령의 아버님도 아직까지 건강하시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형제들이 고백합니다. 그리고 한국 특유의 사회적 분위기는 명절이 되면 평소보다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 와서 8년이 넘도록 아직까지 한국에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언제가 찾아뵐 수 있는, 그리고 찾아뵈어야 하는 아버님, 장인 장모님과 형제들을 그리워하며, 이 명절에 떨어져 있는 우리네 삶이 항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를” 소망해 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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