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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벤져스, “게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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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111회 작성일 19-05-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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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처음 경험해 보는 풍경이었습니다. 퇴근이 가까운 시간에 관객들로 가득찬 극장의 모습이, 청소년들부터 중년부부에 이르는 연령층이 골고루 앉아 있는 비율이, 그리고 컴컴한 극장 안에서 훌쩍 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모습이... 장래 미술학도를 꿈꾸며, 어려서부터 신화와 역사를 좋아했던 둘째 딸과의 오붓한 데이트는 감동적인 영화감상의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도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미국에서도 연일 흥행의 신기록을 세우는 ‘에벤져스 : 엔드게임’을 보고 왔습니다. 마블 스튜디오가 기획한 에벤져스 시리즈는 각 캐릭터 별 스토리를 담은 영화로부터, 그리고 이들이 모여 인물과 스토리의 향연을 보여준 에벤져스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10여 년 간 지속된 시리즈를 일단락했습니다. ‘엔드게임’은 ‘사가’라 불릴 정도로 이어져 온 시리즈의 결론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급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화려한 액션이 아닌 캐릭터와 스토리의 감동적인 조화였습니다. 마블 세계관을 이해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역대의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등장시켰고, 전형적인 미국식 복고문화를 보여주며 미국 사람들과 미국 문화에 익숙한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아련하고 감동적인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엔드게임의 진면목은 아픔과 실패가 없이 승승장구한 사기형 히어로의 종언을 알린 점입니다. 에번져스의 영웅들은 각자가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있고, 또 서로의 상실과 부재의 마음을 보살피며 그 시간을 함께 하는 동지들로 등장합니다. 과거 미국의 패권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던 시대의 할리우드 영웅들이 슈퍼맨처럼 일방적인 사기형 캐릭터였다면,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다극화된 패권주의 사이에서 미국의 패권과 존립을 지켜가야 하는 이 시대의 새로운 캐릭터들은 ‘타노스’와 같은 미지의 빌런(악당)들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듭된 실패와 상실 뒤에 찾아오는 인과응보의 플롯들이 전형적이기 보다 아픔을 딛고 일어난 평범한 사람들의 인간극장처럼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다가옵니다. 죽은 줄 알았던 동료들이 시공의 벽을 찢고 함께 등장해 싸우는 최후의 결투 신은 에벤져스 시리즈에서만 찾을 수 있는 대서사시의 시원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한국에서 목회하면서 좀 더 재미있고 짜임새 있는 설교를 위해 문화센터와 각종 스터디 모임, 컨퍼런스 등에 등록해 공부하면서 ‘스토리텔링’을 지속적으로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근현대의 각 장르를 대표하는 극작가들의 작품들도 읽어보고, 또 만화가들이 장편만화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부분, 특별히 캐릭터들 간의 상호관계를 씨줄과 날줄처럼 이어가며 스토리텔링을 완성해 나가는 부분을 만화가들에게 들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런 노력 끝에 읽게 된 이 시대의 할리우드는 그동안 축적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영화와 같은 새로운 장르를 새롭게 이식하려는 노력의 결실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이야기와 사회의 큰 이야기들을 성공적으로 결합해가고 있는 모습을 통해서 말이죠. 엔드게임만 보더라도 캐릭터들의 가정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고, 이들의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으며, 또 이것이 인류의 구원에 기여하는 큰 이야기로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있습니다.


전에 있던 교회의 담임 목사님께서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목사들도 반드시 봐야 한다”면서 “교인들의 관심과 언어에 공감하기 위한 설교가들의 노력”이라고 말씀하셨던 내용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많은 성도들이 관심 갖는 드라마나 시대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코드가 담긴 영화들을 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결론은 버킹검”이라고 결국 설교가의 시각에서 영화를 보게 됩니다. 성경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와 만나고, 또 이 시대에 유효한 복음의 말씀으로 들려져야 하는 복음의 이야기꾼으로 살아가는 저에게 에벤져스는 매우 좋은 문화적 교과서였습니다. 아직도 내일의 설교원고를 완성하지 못하고 목회수상을 쓰고 있는 저에게, 이러한 작업을 성공하기엔 너무 게으르고 시간도 부족하다는 변명만 앞서게 됩니다. 인류 역사의 완성을 향한 복음의 이야기도 그 게임을 끝을 바라볼 날이 있다고 기대하며 펜을 내려놓습니다.


이준협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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