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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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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댓글 0건 조회 48회 작성일 20-01-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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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동안 하루걸러 연속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원래 조지아의 겨울 강수량이 풍부한 편이기도 하지만, 목사로서의 걱정과 근심은 ‘새벽 기도 나올 성도들이 불편하면 어쩌나?’ ‘비가 오고 나서 주일아침에 기온이 떨어지면 성도들이 오시는 길이 얼어 위험할 텐데...’ 하는 생각들입니다. 그리고 주척이 내리는 겨울비를 오가며 맞으면 왠지 마음까지 차가워지는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근대에 차 문화가 발전한 이유가, 물론 중국(청나라)에서 몰래 차 종자를 불법으로 들여온 결과이기도 하지만, 기후와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영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온 선배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선배 말로는 비가 너무 자주 내리다 보니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갈 찻집이 많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선배는 영국산 차를 즐겨 마시고 잎담배를 직접 말아서 피우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곤 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친 선배의 버터 같은 영어발음은 담백한 차와 잘 어울리지 않은 듯 느껴졌지만 말입니다.


얼마 전 계속 내리는 비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다 보니 찬양대 지휘자님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저는 화창한 겨울 날씨가 더 우울하게 느껴져요. 좀 비가 내리며 남들이 우울하게 느끼는 날씨를 저는 더 기분 좋게 느끼며 힘이 난답니다.” 그 대화를 나누며 ‘역시 예술 하는 분들은 남다른 감수성을 지니고 계시구나!’ 하고 생각 해 보았습니다. 같은 객관적 사실도 느끼는 사람의 감수성과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지아 주에 내리는 질척이는 겨울비가 우리에게 우울함을 줄 때, 멀리 떨어진 호주에서는 생존의 절박함을 담은 단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되어 6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호주의 재난급 ‘대형 산불’로 1월 16일 현재 29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상 고온 현상과 맞물린 이번 산불이 지속될 경우 야생 코알라의 90% 가까운 개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동 속도가 느리고 움직임을 싫어하는 코알라가 산불을 땅바닥에 깔고 앉아 털이 타면서도 어쩔 줄 모르는 안타까운 영상들이 인터넷을 통해 노출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호주에서 목회하는 후배 목사님의 SNS에 어떤 호주 사람의 트위터 계정이 링크되어 올라왔습니다. 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영상은 산불이 덮친 호주 남동부 지역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자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들이 활짝 웃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큰불은 잡힌 듯 보이지만, 아직 땅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아 잔불을 진압 중이던 것으로 보이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자 소방대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방방 뛰는 등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재 남반구는 여름이기에 이상 고온이 2월까지 지속되면 지금보다 더 큰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관계당국이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겨울비가 그들에게는 절박한 생명의 단비로 여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호주의 산불은 세계의 이상 기후를 보여주며, 그것이 우리의 욕망의 결과임을 보여주는 하나님의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플로리다의 경우에도 겨울철 이상 기온으로 평소보다 기온이 떨어져 이구아나들의 몸이 마비돼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일들이 쉽게 목격되고 있습니다. 북극의 빙하들이 녹아 해수면이 높아져 20년 이내에 몰디브 같은 세계적 관광도시들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도 합니다. 유엔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몸부림 치고 있을 때,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미국 정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비관할 때가 아니다”라며 안일한 현실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한 쪽에선 비를 맞으며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느끼고 있을 때, 다른 한 쪽에선 삶과 죽음이 오가는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겨울비를 보며 느끼는 나의 감상이 다시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외면하지 않는 낭만이길 소원합니다. 커피를 마시는 나의 심리적 여유에 감사하면서도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라고 노래했던 윤동주의 ‘서시’를 입으로 곰삭이며 읊조려 봅니다. 그러는 중에도 설날이 다가왔습니다. 새 해를 맞이하는 날, 겨울비도 감사와 은혜와 기쁨으로 받아들이며 호주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호주의 모든 생명을 긍휼히 여기시고 단비를 베풀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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